아진몰상당무림맹주 1-539

난 진짜 무림맹주가 되려던 게 아니었다
***
프로 게이머 진연은 가상현실 게임 《강호 2》 속으로 빙의해 서버가 갓 열렸던 시절 초보자 마을의 병풍 NPC가 되었다.
스토리를 훤히 꿰고 있다는 이점을 살려 피비린내 나는 강호에서 마침내 독자적인 입지를 다졌을 때
그는 자신의 신분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좋은 소식은 자신의 신분이 게임 최종장에 등장하는 베일에 싸인 인물인 무림맹주 진구천과 지극히 흡사하다는 점이었다.
나쁜 소식은 진연이 이미 강호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모조리 쓸어버린 탓에
만인이 두려워하고 손가락질하는 악당 마두가 되어 버렸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진연이 말했다.
“주먹이 곧 권세이고 내지르는 주먹에 실린 힘이 곧 권력이다.
내 주먹이 천하를 쥐락펴락할 때 무림맹주든 악당 마두든 그저 생각 한 자락 차이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