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스무날, 아침부터 싸라기눈이 내리더니 진시가 되자 커다란 눈송이가 우르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른 봇도랑 양쪽 둑과 푸른 돌이 깔린 긴 거리와 강둑은 얇은 흰 눈으로 덮였다.
거리의 가게들은 일찍이 문을 닫았고, 모퉁이에 있는 정육점만은 몇 덩이의 고기와 뼈다귀가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이곳은 유와진에서 유일한 정육점이었다.
기름때 묻은 앞치마를 두르고 덩치 큰 여인이 정육점 안에 서서 새까만 둥근 기둥에 기대어 기름기 흐르는 통통한 손을 흔들며 맛있는 호박씨를 입에 넣고 있었다.
"정 도축꾼 마누라, 한가하시구려. 이렇게 연말인데 청소는 안 하시오?" 이때 정육점 맞은편에서 한 아낙이 목욕통을 들고 나오더니, 첨벙 하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물 한 통을 눈밭에 쏟았다. 얇게 쌓인 눈은 금세 시커멓게 물들고는 전부 녹아 물이 되었다.
그 아낙은 호박씨를 까먹는 뚱뚱한 여인에게 말을 건네며 허리를 주물렀다. 곧 있으면 설이라 집안일이 너무 많아 허리가 고생이라는 듯이.
"아, 원 아주머니시구려. 청소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어제 그 읍내 끝 이씨네 집 월아가 와서 고기를 외상했지 뭐유. 동생이 병이 나서 고기가 몹시 먹고 싶다고 했수. 원 아주머니도 아시다시피 이 서방님이 지난달에 돌아가시고 여섯 자녀를 남겼는데, 병치레로 빚도 많이 졌지 뭐유. 월아가 맏딸인데, 동생들이 다 언니한테 밥 달라고 졸라대니, 그 집 외상 고기는 육포만두로 개를 때리는 격이지유 — 가서 돌아오지 않는 거 말이우. 하지만 시어머니께서 영수사 큰 스님들 말씀에 홀딱 빠져서는 말이죠, 뭐라더라…"
여기까지 말하던 정 도축꾼 마누라는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며 머리를 때리더니, 이내 통통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그 부처님이 살을 베어 매에게 먹인 이야기 말이우. 자기한테 고기가 있으면 다른 사람이 급할 때 마땅히 돕는 거라면서 말이우. 우리 집 정 도축꾼도 효자라 어머님 말씀이라면 거역할 수 있나유, 그래서 월아한테 고기 한 근을 보내주겠다고 하더니만…" 여기까지 말하곤 다시 말을 멈추고는 아까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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