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외실후아부상분투료 完

외실로 빙의 후, 나는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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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차원이동
수진계의 뼛속까지 게으름뱅이였던 여지는 대경조 무안후 삼공자의 외실로 빙의했다.
이 여인은 백옥 같은 피부에 빼어난 미모, 가녀리고 부드러운 몸매를 지녔으며
삼공자가 사건을 수사하러 나갔을 때 모 지방관이 바친 인물이었다.
여지는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 후에도 멘탈을 아주 평온하게 유지했다.
외실이면 또 어떠랴. 숙식 제공에 급여 쏠쏠하고 요구 사항은 적은 데다
사장님은 잘생기고 몸매 좋고 씀씀이까지 넉넉하니 이런 꿀직장을 세상천지 어디서 또 찾는단 말인가?
베짱이 같은 백수 여지는 대경조에서 그야말로 신바람 나게 인생을 즐겼다.
그렇게 숨죽이고 가늘고 길게 살아가는데 사장님이 그녀를 보는 눈빛이 나날이 뜨거워졌다.
그렇게 가만히 엎드려 지내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집안의 반대도 무릅쓰고
기어코 그녀를 아내로 맞이해 사모님 자리에 앉히겠다고 나섰다.
이러지 마세요! 격에 맞지 않는 혼인엔 미래가 없고 사내 연애는 절대 금물이라는데.
그녀는 그저 하루하루 시간이나 때우는 말단 직원으로 살고 싶었을 뿐 신분 상승 따윈 꿈도 꾸지 않았다.
하지만 사장님의 물질적 공세 앞에 게으름뱅이 여지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마음이 흔들렸다.
반해 버리겠네! 아니면 활동 무대만 바꿔서 계속 납작 엎드려 꿀이나 빨아 볼까?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대리시소경이자 무안후부의 삼공자가
천한 출신의 작은 외실에게 홀려 기어코 그녀를 정실부인으로 맞이하겠단다.
대례를 치르던 날 경성 여인들의 가슴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격차가 너무 커 짝이 될 수 없으니 일개 외실이 문 삼부인의 자리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여지가 소박맞기만을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일 년, 이 년이 지나도 여지는 쫓겨나기는커녕 남편의 총애를 듬뿍 받아 갈수록 요염하고 어여뻐졌다.
삼 년, 오 년이 지나도 여지는 여전히 버림받지 않았고 아들딸 모두 낳아 남편의 손바닥 안에서 보물처럼 귀하게 받들어졌다.
그녀는 온 경성이 가장 부러워하는 여인이 되었다!
여지가 바로 문구소가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목숨까지 걸어서야 겨우 아내로 맞이한 여인임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세상을 사랑하지 않았으나 그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온 세상을 다정하게 대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