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경지 完

초림랑은 자신이 지아비와 화리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남들의 눈에 비친 그녀는 출신도 미천하고 식견도 얕아 높은 나뭇가지에 기어오른 참새에 불과했으니
본래 풍류 넘치는 신진 권력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배필이었다.
고생 끝에 그토록 높은 가지를 꿰찼으니 마땅히 악착같이 매달려 있어야 할 터였다.
그녀가 주가에 시집온 지 어느덧 8년, 곤궁한 남편의 과거 길을 묵묵히 뒷바라지해 온 그녀는 여인들의 귀감이 되는 모범이었다.
남편은 젊고 유능하여 앞날이 구만리 같았고 둘은 금슬 좋게 서로를 공경했다.
슬하에는 맑고 사랑스러운 일곱 살배기 딸이 있었으며 시어머니 역시 너그럽고 자애로운 어른이었다.
첩실들 또한 정실인 그녀를 깍듯이 모시니 온 부 안이 화목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허울 좋은 개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은 오직 초림랑 자신만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스물네 살 생일날 큰 눈이 쏟아지던 때 초림랑은 한 장의 휴서를 손에 쥐었다.
"나중에 울면서 다시 돌아와 매달릴 생각 따위는 마라."
남편의 싸늘한 비웃음을 뒤로한 채 그녀는 하얗게 쌓인 눈 속에서 8년 동안 일군 주가를 홀로 쓸쓸히 떠났다.
마차 안에서 말없이 거북 껍데기를 흔들며 앞날의 점괘를 뽑아 보던 중 누군가 마차의 휘장을 걷어 올렸다.
조정에서 권세를 휘두르는 안하무인의 ‘간신’이자 그녀와 사사로운 원한이 깊어 냉랭하기 짝이 없던 사도성이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칼눈썹을 치켜세운 채 말을 몰고 있었다.
초림랑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자는 도대체 얼마나 뒤끝이 길기에 눈보라를 뚫고 남의 꼴을 비웃으러 온 것인가?
그녀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사도성이 이날만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지를…….
작품 키워드: 궁정후작 티격태격 앙숙 근수루대 사이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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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소개: 세도가 버림받은 여인의 화리 여정
주제: 내면의 소리를 따르고 진정한 자아로 살아가자